산후 우울증은 첫아이를 낳은 엄마의 15~20%에서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육아 중에 발생하는 엄마의 우울증 유병률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 임신과 출산 전후에 갑자기 생겨나는 산후 우울증과는 달리, 출산 이후 아이를 키워나가면서 오는 우울증의 경우는 다음 3가지를 파악해 보는 것이 좋다. 원래 엄마가 지니고 있었던 우울증 성향이 아이를 키우면서 나타난 것인지, 아니면 아이가 엄마를 우울에 이르게 할 정도로 힘들게 한 것이 먼저인지, 마지막으로 집안 환경이 문제인지를 살펴봐야 한다.
육아 스트레스, 과연 몇 점?우리는 체면상 혹은 남의 시선이 두려워서 기존의 우울 증상 및 우울 경험을 미리 밝히지 않은 경향이 많다. 그런 경향이 실제로 있었건 아니면 전혀 우울증 걱정 없이 건강해 보이던 여성이라 할지라도, ‘아이 기르기’는 당연히 스트레스 요인이 되므로 미리 예방해야 한다. 잘 알려진 ‘홈즈(holmes)와 라헤(rahe) 박사의 스트레스 지수 43개 순위’를 보면 임신은 12위를 차지하며 스트레스 지수가 40점이다. 여기에 덧붙여 새로운 가족 구성원이 한 명 더 증가하였으므로 순위 14번에 해당하는 39점이 더해진다. 합이 79점인 셈이므로 엄청난 스트레스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당연히 지인들과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 현명하겠다.
육아 우울증은 막을 수 있나?엄마의 우울증 발병의 가능성을 일찍 발견한다면, 육아 시기의 우울증 발생을 막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발병하거나 심해지기 전에 미리 개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육아 중에 간단한 우울증 선별검사라도 주기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인터넷상에서는 어렵지 않게 ‘우울증 자가 측정표’를 구해볼 수 있다. 조기개입은 전체의 40%에서 발병 차단의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고 알려진다. 그러므로 취약한 가정을 찾아 가정 내의 삶의 질이 위태로워지기에 앞서 개입하면 그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데 우울증이 생기는 이유엄마의 우울증은 엄마의 요소, 아이의 요소, 환경의 요소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 육아의 스트레스와 고통을 이미 각오했고, 인생의 하나의 과정, 소중한 역할로 받아들이는 경우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저소득 가정, 과거 대인관계에서 부적응을 보였던 엄마, 문제해결 능력이 떨어지는 자, 더 나아가서는 남편 및 시부모나 친부모와의 갈등은 예측하지 못했던 위험요인이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자라나는 아이의 건강상태는 엄마의 걱정거리 중 으뜸이라 할 수 있다. 자주 토하고, 잠을 안 자고, 위축되거나 무감정 상태를 보이고 불안해하며, 쉽게 짜증을 내거나 안절부절못하는 아이, 너무 부끄럼을 타거나, 자주 땡깡(떼를 쓰는)을 부리는 아이, 그리고 일반적 아동들보다 자주 사고가 나고 다치는 아이들과 언어-인지 및 운동능력의 발달이 느린 경우, 엄마는 서서히 과민해지다가 불안해지고 지치고 나면 우울해진다.
아이에 대한 과잉간섭과 지나친 기대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목표치에 도달하지 않았을 때 엄마는 우울해진다. 화가 나고 억울하기도 하다. 이런 감정은 아이의 아빠에게 전해지고, 아빠의 감정은 다시 엄마와 자녀에게 그 불만이 전달된다. 악순환이다.
육아 우울증의 증상들로는 우울, 불안, 인격의 변화, 가정 내 폭력 및 부부관계의 갈등이 빚어내는 가정불화와 개인의 불안정, 그리고 이런 감정들을 감소시키고자 발생하는 약물 남용 등이 벌어질 수 있다. 육아에 대한 조언자와 협조자의 부족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여성의 배우자나 아이 아빠가 부재한 경우에는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그러므로 주변의 격려와 도움 및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끼리의 정기적인 의견교환 등이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두자.
글 = 하이닥 상담의사 최성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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